By Gillian Tan

시드니에 사는 데릭 김(김동건)이 선글라스를 끼고 거리를 걸을 때면 혹시 싸이인가 해서 다시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싸이와 닮았다는 점은 그에게 여러 모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데릭은 매주 약 4시간씩 SYP라는 예명으로 ‘강남스타일’ 공연을 곳곳에서 펼친다. 미국의 웹사이트 등록업체 고대디 그룹은 그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리는 연말파티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석을 제공하기도 했다.

광고사 18 피트&라이징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는 데릭은 2012년 말 행사에서 싸이로 분장해 달라는 고객사 한국관광공사의 의뢰를 받고 본의 아니게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행사장에 도착하니 모두가 싸이가 아닌지 물어보며 사진을 찍으려 해서 그냥 싸이인 척 하기로 했다”고 말한 그는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고 나면 가짜라는 사실이 들통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춤을 췄는데도 사람들이 내가 싸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연령대와 이미지가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 33세인 데릭은 싸이보다 2살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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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K포즈 등 광고캠페인을 통해 한국과 호주 사이를 가깝게 하는 데 업무시간 대부분을 할애한다. K포즈는 K팝 가수처럼 분장한 사진을 올린 팬들 중 일부를 선정해 미쓰에이 및 2PM과 한국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캠페인이다.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티셔츠도 디자인하고 있다.

Gillian Tan for The Wall Street Journal

지난해 10월 호주 TV쇼 ‘선라이즈’에서 싸이와 같은 날 공연한 후 데릭은 웹사이트 크렉스리스트와 검트리에 자신에 대한 광고를 올렸다. 광고를 본 ‘고대디 그룹’의 초청을 받아 메이저리그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홈구장에서 5,0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연을 펼쳤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그는 시간당 수백 호주달러(208미국달러 이상)를 받고 기업행사와 아이들 생일, 신년행사 등 비공개파티에서 공연했다. 싸이는 뉴욕 타임스퀘어 신년행사에서 ‘강남스타일’을 열창한 바 있다.

다음주 토요일 밤에 열리는 호주 프로농구경기에서도 공연예약이 잡혀있다. 관중 6,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날 경기장에서는 ‘호주 최대 강남스타일 댄스경연’이 개최된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출생한 데릭은 3월 호주를 방문할 예정인 싸이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싸이도 데릭에 대해 알고 있다. 지난 주 싸이(@Psy_Oppa)는 트위터에 “호주에서 가짜 싸이가 내 흉내를 내는 모양인데 내가 3월2일까지는 호주에 없을 것이라는 걸 알리는 바이다”라는 포스트를 올렸다.

데릭은 SYP로 활동하기 전까지만 해도 가족 결혼식 등 일부 행사에서밖에 노래한 적밖에 없다고 말하며 “내 가능성과 창의력, 연기력과 공연능력을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고 싸이를 만나서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10세에 호주로 이민 온 데릭은 영어에 유창하지만 문법이 틀린 영어를 느리게 말하는 법을 연습하면서 외국인 같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곧 SYP로써의 활동을 다룬 웹사이트를 시작할 예정인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음반계약을 맺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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