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일인가? 평소 강아지처럼 서로 친하게 지내던 한국 언론들이 갑자기 사나운 황소로 돌변해 으르렁 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첫 대결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펼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새정부 최고 보직에 과연 누구를 앉힐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것.

두 신문사 모두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다. 그리고 두 신문사 모두 정권 교체에 따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와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 자신들이 가장 신뢰할 만한 신문사임을 보여주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상대편 기사를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 고상하기 그지없는 한국 언론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일이다. 한국 신문사 기자들은 회사에서 그들의 에디터들과 일하는 시간보다, 취재를 나간 기관이나 기업에 마련된 사교적 공간인 ‘기자실’에서 경쟁 신문사 기자들과 무리를 지어 모여있는 시간이 더 많다. 그렇다 보니 천편일률적인 뉴스가 판을 친다. 한국 언론에서는 독자나 시청자보다 소식통을 더 중시한다.

 

그러던 이번주, 한국의 양대 경제일간지가 훨씬 수위 높은 논쟁을 벌였다. 이번에도 싸움의 발단은 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와 관련된 문제였다.

박 당선인이 지명한 김용준 총리 후보가 공식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주 전격 사퇴하자, 한국경제신문(한경)은 김대중 정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전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한 재계 인사가 탈세 의혹으로 결국 자진 사퇴한 일을 다시 거론한 것. 그 총리 후보는 다름아닌 한경의 최대 라이벌 신문사인 매일경제신문(매경)의 장대환 회장이다.

이에 질세라 매경은 한경에서 운영하는 케이블TV채널이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고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후 관련자 몇 명이 주식을 사들인 뒤 방송에서 해당 주식을 거론해 시세 차익을 거둔 혐의로 기소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980년대에 기자 중 한 명이 이와 같은 스캔들에 연루된 바 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행동강령을 여전히 시행하고 있다.)

화요일, 한경의 반격이 이어졌다. 매경이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간행물 및 방송기관의 부정행위 등을 담은 폭로성 기사를 6개나 내보낸 것. 이날 주요 기사에는 앞으로 매경에 대한 기획기사 시리즈가 소개될 것임을 암시하는 헤드라인이 실렸으나 수요일 이후 더이상의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괴팍하기 그지 없는 한국의 패거리식 언론계에 대한 궁금함이 밀려온다. 이들만의 유리성은 과연 깨지려고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