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om W

산펠레그리노가 선정한 올해의 아시아 50대 레스토랑 리스트가 지난주에 발표됐다. 한국 레스토랑은 한 곳도 뽑히지 않았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필자는 한국은 왜 선정되지 못했느냐고 불평하는 것보다는 순위에서 배제된 이유를 짚어보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이 순위 자체가 과연 권위있는 것인지부터 시작해보자. 이 리스트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아시아 요리의 중심지 중 한 곳인 베이징 레스토랑이 한 곳도 포함되지않은 사실만 봐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론칭 행사가 열리는 싱가포르 레스토랑들 여러 곳이 순위에 오른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요리에 중점을 둔 특정한 형태의 양식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순위에 오른 레스토랑이 훌륭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순위에 오른 레스토랑 50곳 중에 절반 정도를 방문해본 필자로서는 한국 레스토랑이 순위에 오르지 않은 것을 보고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한국 레스토랑은 아시아 다른 지역에 비해서 낙후돼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홍콩, 싱가포르, 도쿄 등은 전통적인 조리법에 참신한 창의성을 가미하고 재료를 중시하는 요리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 고급 레스토랑은 정통과는 거리가 먼 양식, 중식, 일식 아니면 질보다는 양과 가짓수에 무게를 둔 전통 한식밖에 없다.

저렴하고 즐겁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서민들을 위한 레스토랑을 비방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중저가 레스토랑은 지금 언급하고자 하는 레스토랑과는 다른 영역이다.

미국이나 세계 다른 곳에서 한식은 재발견되고 재탄생되고 있다. 한식 셰프는 각광 받으며, 한식 재료와 한식 조리법은 다른 요리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한국에서 한식을 요리하는 요리사는 대체로 간과되며, 한국 사람들은 한식에 거액을 기꺼이 내려고 하지 않는다.

필자가 비싼 돈을 주고라도 맛보고 싶은 것은 최상의 재료를 쓰며 세계 요식업계의 경향을 참고하기도 하고 영향력도 행사하는 훌륭하고 현대적인 한식이다. 그런데 이런 한식은 뉴욕이나 LA까지 날아가지 않으면 경험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아시아에서 레스토랑이 제일 발달한 도쿄와 홍콩에서 한국의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쿄와 홍콩에서는 자국 요리를 만드는 셰프를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사람들은 이런 요리를 맛보는 데 주머니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도쿄와 홍콩은 이민자들이 전파한 요리를 수용하는 포용력을 갖고 있다. 자국 요리를 판매하는 레스토랑 바로 옆에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이 있다. 이럴 경우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진다. 무엇보다도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를 중요하게 여긴다. 홍콩 재래 시장을 돌아다니거나 일본 농부가 자신이 재배한 농산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 셰프들이 왜 세계적인 무대에서는 경쟁력이 없는지 자명해진다. 스스로 재배한 농작물이라는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미래는 밝다. 한국은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가운데 하나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교육 수준도 매우 높다.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은 갈수록 국제화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특히 서울이 한 해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필자는 한국 레스토랑들도 이런 순위에 오를 날이 머지않아 오리라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양재동에서 경기도 외곽으로 빠져나가면 발견할 수 있는 ‘두둑한 상’을 추천하고 싶다. 이 곳은 직접 만든 두부와 막걸리를 내놓는다.

본 기사를 기고한 톰 W(블로그: www.tomeatsjencooks.com)는 서울에 사는 요리 칼럼니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