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lexander 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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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란코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북한문제 전문가로, 북한 체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수십년간 연구해왔다. 러시아 세인트피터즈버그 태생인 그는 레닌그라드주립대를 졸업하고 1980년대 중반에는 교환학생으로 평양 김일성대학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현재 국민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간 ‘The Real North Korea–Life and Politics in the Failed Stalinist Utopia (가제: 진짜 북한 – 실패한 스탈린식 유토피아 내의 삶과 정치)’에서 란코프는 “북한 행동의 내적논리”와 국제사회의 거센 압력과 국내적인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해 온 북한 사회의 독특한 특징을 논한다.

비이성적이고 가학적인 미치광이 지도자들이 지배하는 나라라는 서구 사회의 인식과는 반대로, 그는 북한 지도자들이 지난 수십년간 생존을 위해 무력 과시(위협)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온 냉철한 판단력을 갖춘 조종자들이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무분별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질리도록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키아벨리주의자(권모술수주의자)들일수도 있다.”

란코프의 저서는 북한 역사와 주민들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로 시작된다. 시조 김일성의 주도 하에 소비에트 연방의 의존국에서 “전형적인 국가주의적 스탈린주의 정권”으로 탈바꿈한 과정을 설명한다. 이후 베를린장벽 붕괴와 김일성 사망으로 “김정일 시대”가 열렸으며, 1990년대 말 원조를 받아내고 외교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카드로 핵무기에 더욱 의존하게 되면서 ‘대기근’이 일어난 것 등을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혹은 20년간 북한이 현상유지에 성공할 수 있을진 몰라도, 결국 경제적 부진을 연장해 주변국들과의 격차가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한다. “붕괴의 순간을 지연시킬 순 있을 지 몰라도 결코 막을 순 없다”는 것.

개혁을 시도한다해도 처음엔 국제 언론의 열렬한 환호를 받겠지만, 누가 됐든 북한 지도자는 결국 “급진적 변화, 종국엔 풍요로운 남한과의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방해물로 여겨질 것이란 설명이다.

란코프는 이러한 압력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와 정권 붕괴로 이어질 거라고 본다.

“개혁을 이룬 북한은 김일성이나 김정일 체제 하에서보다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다.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