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arl Friedhoff

European Pressphoto Agency
한 한국인 시위자가 ‘북한과 미국은 대화해야 한다’는 포스터를 들고 있다.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을 주시하는 외부관측통들의 눈에 다분히 반직관적인 현상으로 다가오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인들이 북한의 전쟁위협에 별로 동요하는 것 같지 않고 심지어 관심도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초연한 태도가 북한의 위협을 많이 겪으면서 단련됐기 때문일거라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이런 상황에 수차례 직면해 봤다는 건 사실이지만, 북한의 위협이 이렇게 고조되는데도 한국인들이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건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연구센터는 1월 중순 이래 한국인들을 상대로 현재와 미래의 국가안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즉 신뢰도를 조사해왔다. 이번 조사는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주요 사건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을 놀랍도록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음이 증명됐다.

최근의 긴장상황을 처음 조성한 사건은 북한이 2월 12일 단행한 3차 핵실험이었다. 이 사건은 한국인들의 현재와 미래의 국가안보에 대한 신뢰도를 단박에 크게 감소시켰다. 하지만 놀라운 건 신뢰도 수치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됐는가 하는 것이다.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즈음에는 현재와 미래의 안보 수치 모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 다음 주요 사건은 3월 5일에 일어났다. 북한이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물론 북한이 이런 위협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한국인들의 안보 전망은 다시한번 급격히 악화됐다. 미래 안보에 대한 신뢰도 감소치는 오차범위 내였던 반면 현재 안보에 대한 감소치는 오차범위를 벗어나 9% 포인트를 기록했다. 더 중요한 건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론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혹은 없는(B-52, B-2 폭격기 비행훈련의 경우처럼) 개별 사건들보다 더 중요한 건 큰 흐름이다. 즉, 한국인들이 국가안보가 타격을 받지 않을 거라 믿어 초연함을 유지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아산연구원이 조사를 시작한 1월 12일 이후 현재 안보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1월 12일 29%에서 4월 8일 16%로 급감한 것이다. 하지만 미래 안보에 대한 신뢰는 1월 12일 60%에서 4월 8일 59%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현재와 미래 안보에 대한 이러한 인식차이 때문에 밖으로는 초연해 보였던 것이다. 한국 대중은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명백히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이 단기적으로 제한적이면서도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종국에는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어느 시점엔가는 협상이 시작되고, 긴장이 완화되고, 남북한 관계가 다시 상대적인 평온을 되찾을 것이란 생각,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삶은 계속되고 대체 무엇 때문에 그 난리였나 하게 될 날이 올 거란 생각인 것이다.

저자는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연구센터 프로그램책임자다. 본 기사는 어디까지나 저자의 시각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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