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muel Songhoon Lee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주류 시장을 석권하기 위한 싸움이 자잘한 광고전에서 전면적인 법적 소송으로 악화됐다. 게다가 소송이 한 건도 아니고 두 건이나 벌어졌다.

소송전의 주인공은 한국 최대 주류 제조사 중 한 곳인 롯데주류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이며, 소송 품목은 소주다.

 

격렬한 공방전은 2006년 2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두산주류(2009년 롯데에 인수됐다)가 하이트진로가 만드는 소주 시장의 절대적인 일인자인 ‘참이슬’에 대항할 ‘처음처럼’이라는 소주 브랜드를 출시했다. 처음처럼이 마케팅에서 강조한 포인트는 ‘알칼리 환원수’였다. 두산주류는 알칼리환원수 때문에 맛이 부드럽다고 주장했다.

이 마케팅 전략은 주효했다. 두산주류는 신제품을 시판한 지 겨우 8개월만에 시장점유율을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입지가 좁아졌다고 판단한 하이트진로 마케팅팀은 만화 마케팅으로 대응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은 천연 숯으로 정제한 물로 만든다는 내용을 담은 전단지를 돌렸다. 하이트진로는 전단지에서 처음처럼은 알칼리 환원수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전기분해를 하기 때문에 참이슬이 훨씬 더 몸에 좋다고 암시했다.

두산주류는 반격에 나섰다. 두산주류는 주요 일간 신문에 전면광고를 냈다. 광고 카피의 헤드라인은 ‘따라오려면 제대로 따라오라!’였다. 하이트진로가 두산주류의 양조 공정을 모방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다.

 

 

이쯤 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재에 나서서, 두 회사에 모두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양사는 시정명령을 이행하기는커녕 공세를 강화했다. 하이트진로는 2007년 참이슬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경쟁 브랜드인 처음처럼에는 설탕이 함유돼 있다는 뜻을 은연 중에 내비쳤다. 두산주류는 처음처럼에는 설탕뿐만 아니라 나트륨도 들어있지 않다며 참이슬의 나트륨 함량으로 화제를 돌렸다(처음처럼에는 설탕의 대체제인 고과당옥수수시럽(HFCS)이 함유돼 있다).

두산주류는 참이슬을 테스트해본 결과 평범한 생수 1병에 비해 7배나 많은 나트륨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에 들어있는 나트륨 함량은 천연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무시해도 될 정도의 소량이라고 대응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의 재료가 되는 물(과 다른 재료)의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해 3월 전세가 역전됐다. 케이블 방송사인 ‘소비자TV’는 처음처럼에 사용되는 알칼리 환원수가 복통과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올해 1월 이 프로그램에서 제기된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김범준 PD와 하이트진료 임직원 4명을 허위사실 유포로 불기속기소했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에 관여한 김 PD를 비롯한 소비자TV 직원들은 지난해 6월 소비자TV를 퇴사했다. 김PD는 현재 한 독립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소비자TV 경영진도 지난해12월 교체됐다. 자신도 처음처럼을 즐겨 마셨다는 김PD는 이렇게 말했다.

“그 프로그램은 전문가 인터뷰와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하이트진로 측으로부터 자료를 한 차례 넘겨 받긴 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자료를 요청한 이후에 받은 자료다.”

 

 

김PD는 하이트진로 측의 요구를 받아서 해당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하이트진로가 방송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하이트진로 마케팅팀이 소셜네트워크와 인터넷에 건강 관련 정보를 유포시킨 정황은 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마케팅팀은 또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만화 전단지와 물티슈 등의 판촉물을 배포하는 데 6,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쏟아부었다.

김PD는 자신은 이런 홍보활동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위주장 유포로 기소되면 최대 5년의 징역형과 1,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롯데주류는 3월 초 하이트진로를 상대로 처음처럼의 이미지를 실추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주류는 매출 손실액이1,000억원이 넘는다며 배상금 100억원을 청구했다. 노은정 하이트진로 홍보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돼 유감이다.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마케팅팀 직원들이 현장에서 홍보 활동을 하면 경쟁이 과열양상을 띤다. 그래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노 담당자는 홍보활동에 참여한 직원 4명은 여전히 하이트진로에서 근무 중이라고 덧붙였다.

윤수한 롯데주류 홍보팀장은 “경쟁사 제품에 관해 악성 루머나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관행”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 나갔다.

“이번 소송으로 처음처럼과 관련된 악성 루머가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고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도 회복되기를 바란다. 처음처럼은 인체에 무해한 물로 만든다. 그런데 처음처럼의 재료가 되는 물이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루머가 떠돌았다. 이 같은 루머가 말끔히 사라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