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뮤직비디오, 고급 레스토랑, 신빙성 없는 음식 관련 연구 보고서까지. 한식을 홍보하기위해 동원된 기묘한 아이디어들로 채워진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가 국민들이 낸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이 국회예산청책처 보고서에서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지난해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에 투입된 예산이 219억 원이었다며 이는 ‘시간과 인력의 낭비’라고 평가했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여러 정부 부처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중복 운영하면서 비효율적인 행정을 했다고 꼬집었다.

 

김윤옥 전 영부인은 한식의 세계화 사업에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 오성급 호텔에 한식당을 다시 열라고 촉구하고, 정상회의와 외교 만찬 행사에서 한식을 홍보했다.

몸값이 낮지 않은 K팝 스타들도 한국 농수산물 홍보에 참여했다. 원더걸스가 부른 캠페인송 ‘K푸드 파티’ 가사는 건강에 초점을 맞췄다.

“건강해지고 싶어? 한국 농산물이 최고야. 딸기에 인삼에 김치까지. 피부가 아름다워지고 체력도 강해져.”

 

 

Agence France-Presse/Getty Images
2011년 8월25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 인삼 엑스포’에서 대형 인삼 비빔밥을 선보이는 자원봉사자들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에서 제일 특이했던 부분은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한 논문 한 편이다. 이 논문은 한식을 먹으면 남성의 정자 활동성이 높아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원한 이 연구에서는 양식(햄버거와 돈가스)과 한식(비빔밥과 김치)을 비교했다.

이 논문은 “한식 섭취율이 높을수록 정자 운동성이 높아지고 남성 호르몬이 증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식 세계화 미국 프로젝트에서는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였다. 원래 맨해튼 시내에 고급 한식당을 오픈할 계획이었으나 민간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불발에 그쳤다. 맨해튼에 있는 한식 레스토랑들의 관심도 시들했다.

 

요식업계에서도 한국 정부의 졸속 행정을 탐탁치 않아 했다. 한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캘리포니아에서 한식 블로거로 활동하는 태미 캐켄부시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너무 많은 정부 부처들이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 없이 이것저것 잡다하게 일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케켄부시는 마케팅의 초점도 빗나갔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식품업계의 의견을 듣지 않고 레스토랑에만 마케팅비를 퍼부었다. 미국 소비자들이 가정이나 마트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사람들이 한식당에 와서 떡볶이와 비빔밥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영국에 한국 식품을 유통하는 업체인 ‘코리아 푸즈’의 댄 서 대표는 영국에서 라면, 김치, 불고기, 만두가 한식 가운데에서도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서 대표는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진행한 캠페인이 실망스러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홈페이지 ‘www.hansik.org’는 실패로 끝난 것 같다. 디자인은 깔끔한데 아무런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트다. 어떤 방향성도 없고 서로 힘을 합하는 노력의 기미도 없다. 어떤 지역에 걸맞은 캠페인을 꾸려갈 실질적인 아이디어의 부재가 문제다.”

 

누리꾼들도 19일(일) 발표된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소연 씨는 트위터에 ‘전문가를 불러다 놓고 정작 자문은 구하지는 않으니 아까운 세금만 낭비됐다’고 올렸다.

2013년에는 ‘한식 세계화’ 예산이 12% 줄어든다고 한다. 그런데 한식세계화추진단은 올해도 비빔밥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109억 원을 들여 연구하는 등 연구비를 31%나 더 지원 받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