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lastair Gale

김정일이 사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심장마비로 보도된 그의 사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2011년 12월17일 오전 8시30분경 현장 지도 방문을 위해 전용열차로 이동 중 과로로 사망했다는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가 전부다.

이 보도와 관련해 일부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평소 늦잠을 자는 습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이 실제로 열차에 탑승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인공위성 사진 상으로도 열차는 당시 평양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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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an Pressphoto Agency
희천발전소 현장에 방문한 김정일.

조선일보는 김정일의 사망 기사에 약간의 양념을 더했다. 김정일이 수력발전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통보를 받고 화를 내다 심근경색이 유발됐다고 암시하는 기사를 내보낸 것.

북한 관련 소식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러한 정보도 익명의 소식통이 제보한 것이라서 이야기에 약간의 양념이 가미된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보도가 흥미로운 이유는 김정일이 정말로 그러한 소식을 들었다면,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다혈질인 그가 극도로 화를 내다 사망했다는 것이 상당히 그럴 듯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평소 심장도 약했으니 쓰러질 법도 하지 않은가.

북한의 북단에 위치한 희천수력발전소는 올 4월에 문을 열었으며, 평양의 주요 전력공급원 역할을 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김정일은 공사중 현장 시찰을 수 차례 다녀왔다. 발전소는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일 전에 완공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문장.

에너지 부족에 만성적으로 시달리고 있는 북한에서 수력발전이 갖는 중요성은 북한의 문장에 수력발전소가 그려져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실히 드러난다. 그런만큼 희천발전소의 문제는 대단히 중대한 사안이라는 게 앞서 조선일보 기사에 정보를 제보한 소식통의 말이다.

조선일보는 “단순히 금이 간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댐 전체의 안전이 문제가 됐다”고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김정일은 성미가 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랫동안 김정일 일가를 위해 일했던 일본인 주방장 후지모토 겐지에 따르면 김정일은 실수를 저지른 관료들에게 물건을 집어던지곤 했다고 한다. 1990년대 북한과 한국의 대우그룹 간에 열린 회의에 참석했을 때에도 김정일은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자 자제력을 잃어버려 김일성이 직접 아들을 진정시킨 적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일성을 화나게 해 비참한 최후를 맞은 관료들에 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전해진다.

더군다나 김정일은 건강상태도 좋지 않았다. 2008년 뇌졸중을 한 차례 겪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전한  북한 국영 언론도 그가 심장질환으로 한동안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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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주요 사업으로 추진한 철강 및 직물 생산 공장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김정일이 희천발전소에까지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결정적인 사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Associated Press
희천발전소에 개관식에 참석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

북한이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를 기념하기 위한 산업 프로젝트들에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지를 감안하면 상당히 개연성있는 추측이다. 김정일에게 안 좋은 소식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던 그 관료들은 불쌍하지만 말이다.

김정일이 사망하고 그후 희천발전소가 완공된 이후에도 북한 국영 언론은 계속해서 김정일과 발전소 사업의 성공을 결부시켰다. 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것이 제때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에 김정일의 사망이 기여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올해 “희천발전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리 인민들에게 남겨주신 소중한 애국적 유산으로 위대하고도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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