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lastair Gale

Asan Institute
고든 플레이크 소장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소장은 동북아시아를 자주 찾는 한국 전문가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차기 정부는 지난해 독도분쟁을 계기로 악화된 양국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초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8일(화요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플레이크 소장은 한일 관계가 양국뿐 아니라 미국과 동북아시아 안보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당선자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한국정부가 독도분쟁 등 다툼에 매이기보다 한일관계를 국제적인 맥락에서 진행하기를 미국정부가 희망하고 있다고 플레이크 소장은 전했다.

한국이 앞으로 2년간 UN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된 지금, 북한 등 세계 안보문제에 대해 일본과 공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플레이크 소장은 양국간 군사정보공유협정을 맺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정부는 군사협정 체결 직전까지 갔으나 한국내 반일정서 때문에 막판에 무산됐다.

플레이크 소장은 일본에 우파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한국정부가 양국관계에 대해 갖게 된 우려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총리의 신임내각이 도발적 행보를 보일 경우, 식민지 시절에서 우러난 강력한 반일감정 때문에 한국정부가 강경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정부의 도발행위로는 전임 정권이 식민통치 피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발표한 성명을 취소하거나 약화시키기, 아베 총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플레이크 소장은 일본정부가 이런 식으로 도발할 경우 미국정부가 고위급에서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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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플레이크 소장은 한국이 일본정부 내부 및 국민의 관점과 미묘한 뉘앙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일본을 하나로 묶어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의 일본 국가주의를 식민지시대의 군국주의와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언론이 한국을 일본의 당연한 파트너로 묘사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한국에서는 일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고 플레이크 소장은 말했다. 한미동맹과 양국의 경제적 번영이 일본과의 굳건한 협력관계에 달려있다는 주장이다.

플레이크 소장은 양국의 역사적 분쟁을 도로 위에 패인 구멍처럼 생각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구멍난 곳에 계속 차를 몰고 들어가봤자 구멍이 커지기만 할뿐이기 때문에, 그 대신 다양한 방면에서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도로를 넓히고 차의 충격흡수장치를 강화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역사적 사안도 중요하지만 한국과 일본이 양국 관계에서 과연 역사적 사안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플레이크 소장은 강조했다.

플레이크 소장은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해야 한다는 미국측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여러 지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한국은 TPP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왔지만, 한국이 가입한다면 현재 주저하고 있는 일본도 한국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게 TPP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 한국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TPP가입이 유용할 것이라고 플레이크 소장은 말했다.

한국정부가 일본 신임내각이 역사적 분쟁을 부추길 가능성을 대비하면서도 일본과의 경제 및 안보 상호의존성을 인식하고 일본에 대해 더 이해하고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플레이크 소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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