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lastair Gale

Associated Press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고등판무관

인권단체들로서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 상황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키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이들 단체들에게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고등판문관이 이달 14일(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발언은 상당히 고무적인 사건이었다.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시리아와 같은 국가의 인권문제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온 것이 사실이다. 외신은 북한이 자국 주민들을 압박하는 상황보다는 이웃나라에 끼치는 위협에 보도의 초점을 맞췄다.

나비 필레이 판무관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탈북자 두 명과 지난해 면담한 후,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면담자 중 한 명인 신동혁 씨는 짧은 생애 중 23년을 수용소에서 보냈다.

필레이 판무관은 “신 씨가 털어놓은 개인사는 참혹했다”면서 “그의 고백으로 국제인권규범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체제가 존재한다는 참상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 수용소에 감금된 20만명은 강도 높은 노역을 강요 당할 뿐만 아니라 고문과 영앙실조 등 끔찍한 상황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 정부는 수용소에 수감된 제소자들의 증언과 위성 사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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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필레이 판문관과 신 씨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단체는 십여 년 동안 고위 관계자들에게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필레이 판문관과 신 씨의 면담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요안나 호사냑 북한인권시민연합 국제협력캠페인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북한 인권문제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유엔인권이사회가 있는 제네바를 찾은 지 10년 만에 성사된 만남이기 때문에 나 개인으로서나 이 단체로서는 의미가 깊다. 그간 우리에게 귀 기울여준 외교관을 찾기 힘들 만큼 냉대와 무관심을 견뎌야 했다.”

오는 3월 열리는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위원회가 방북해 북한 인권 문제를 조사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Agence France-Presse/Getty Images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23년간 수감됐었다는 탈북자 신동혁 씨

일본과 영국이 결의안 채택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다. 그러나 양국 모두 북한 측의 반발을 우려하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북한 주재 대사관이 두고 있으며 북한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납북된 일본 국적자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북한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필레이 판문관이 방북 조사를 촉구함으로써 북한 인권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엔총회는 지난해 북한인권유린 사태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북한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중국도 이 결의안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지난해에 북한인권법을 2017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도 이와 유사한 법안을 보유하고 있다. EU도 북한 인권문제를 틈날 때마다 거론한다.

제3자로서 풀리지 않은 한 가지 의문은, 한국이 (북한에 억류된 남한 국적자들 문제를 포함해)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를 언급하는 법안이 시시때때로 국회에 제출되지만, 진보 혹은 중도 성향의 정당들은 북한을 자극할까 우려해 법안 통과를 저지해왔다. 지난 대선 때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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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레이 판무관은 북한에 강제로 억류됐거나 납북된 일본 및 한국 국적자들의 운명에 대해서 북한 측이 확실히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통일부는 유엔이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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