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eyup S. Kwaak

Bicena비채나 봄 메뉴 일부.

파인다이닝(정찬)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한국 식당은 솔직히 흥미를 돋우지 못한다. 지난주 한 한국음식평론가는 본지에 한국, 특히 한식의 경우 혁신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이태원에 소재한 한식 모던 레스토랑 ‘비채나(Bicena)’는 이러한 세태에 반기를 드는 한식집 중 하나다.

 

 

 

 

 

 

 

 

 

비채나주꾸미 쌀국수

비채나 주인 루시아 조는 10년 넘게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의 소유자다. 뉴욕 최고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퍼세(Per Se)’도 그녀가 몸 담았던 곳 중 하나다. 조씨는 이렇게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낸 덕분에 2009년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한식을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한식에 “흥미로운 요소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한국 파인다이닝은 소불고기, 잡채 등 항상 나오는 음식 일색이기 때문에 대충 어떤 것일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5성급 호텔들도 단골 고객들이 이렇게 상투적인 메뉴에 질리는 것을 우려해 한식 레스토랑 수를 줄였다.

그렇다고 퓨전도 답이 아니었다고 조씨는 말한다. “한식을 서구화하는 것은 핵심을 놓치는 것이다.” 그녀는 전통 요리법을 고수하되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배합하고 재해석하고 싶었다.

 

“손님들이 눈을 감고도 자신이 맛보는 게 한국 음식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해야 한다.”

조씨와 비채나 주방장은 전국 각지의 요리역사가, 전통요리전문가, 농부들과의 상담을 거쳐 매시즌 바뀌는 메뉴 ‘컬렉션’을 만들었다. 비채나는 이달 부추와 새우만두, 그리고 주꾸미, 봄 나물, 조개관자, 채소가 들어간 전 등으로 구성된 세번째 봄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비채나

조씨와 비채나 조리팀이 한식에 가미한 혁신성은 특히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식 고유의 자극적인 맛이 줄어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가 쉽기 때문이다. 한식 특유의 강렬한 맛을 즐기는 이들에겐 그만큼 어필하지 못했다.

조씨는 부친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부친이 경영하는 50년 역사의 자기회사는 전통기법과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시켰다. 비채나는 식기에서 메뉴까지 한식 정찬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조씨의 다음 행선지는 하와이다. 비채나는 올 9월초 하와이에서 열리는 제 3회 연례 음식와인축제에 참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