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1982년 처음으로 인터넷에 접속한 이래 한국은 이제 인터넷 사용자 비율이 80%에 가까운 인터넷 강국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변화된 인터넷 환경에서 혁신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차세대 혁신가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구글코리아는 지난 10월 9일 신사동 빌라드베일리에서 데이비드 드러먼드 구글 수석 부사장 겸 최고 법률 책임자를 비롯하여 정책결정에 관여하는 오피니언 리더 300여명을 초대하여 ‘빅텐트 서울 – 차세대 혁신을 향해’ 라는 표제 아래 국제 컨퍼런스를 주최했습니다.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몇 가지 주제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혁신가를 육성하는 교육 
조지메이슨 대학교 알렉스 타보록 교수는 인구가 노화되고 있는 한국에서 젊은이들의 창조성과 기업가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전제했습니다. 몇몇 패널들은 혁신이나 개성의 표현을 장려하지 않는 한국의 교육 풍토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오픈마켓에서 큰 인기를 얻은 모바일 앱 ‘서울버스’를 개발한 유주완씨의 사례는 이와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유주완씨는 반대를 피하기 위해 부모님이 집에 계시지 않는 시간이나 주무시는 시간을 이용해 앱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유주완씨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제2의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개발을 꿈꾸는 학생들은 가족이나 학교의 반대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제스퍼 킴 교수는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테스트 중심의 교육구조가 학생들을 자신의 아이디어 개발을 두려워하는 소극적인 사람으로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혁신을 위한 정부의 역할 
과거 한국 정부는 성공 가능성 있는 산업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자동차나 전자, 조선산업 등에서 성과를 거둔 전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관련 정부의 역할에 대해 패널들의 의견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김유향 박사는 정부가 인터넷을 단순한 매체를 넘어서는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반면 방석호 교수는 광범위한 분야에 인터넷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인터넷을 독자적 산업으로 취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김기창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와 같이 혁신을 저해하는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카카오톡 이석우 대표는 8년여에 걸친 카카오톡 성공과정을 돌아보면서 카카오톡의 성장에 게임시간 선택제와 같은 정부의 규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과 K-Pop
500 스타트업스 데이브 맥클러 대표는 한국의 창업자들이 케이팝의 성공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K-Pop은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미디어 채널을 통해 일본 중국 동남아는 물론이고 구미에서도 팬층을 확대해 가고 있으며 싸이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한 성공도 가능해졌습니다. SM 엔터테인먼트 김영민 대표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음악산업에 가져온 변화를 논하면서 과거에는 지역 중심의 차트나 라디오 방송을 통한 노출의 빈도수가 곡의 성공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트림을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토론에서 패널들의 공통적 의견은 한국인들이 한국의 시스템보다 더 창조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행사를 마치면서 한국 과학기술원 김진형 교수는 ‘누군가 하리라 생각했지만 그게 나일줄 몰랐다’는 싸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인이 무한한 혁신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는 개방적이고 중립적이며, 좋은 인프라를 가진 플랫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작성자: 최소진, 구글코리아 Policy Manager